7월 말 캐나다에 입국했다.
내가 가진 것은 30대 중후반에 들어선 저질 체력의 늙은 몸뚱이와 2년의 워크퍼밋.
그리고 아이 수준의 영어 실력
고난과 역경을 뚫고 캐나다에 도착했는데
고작 몇달 머무르고 싱겁게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반드시 일을 구해야만 했다.
도착 후 한 달.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 살았다.
맘 놓고 놀지도 못하고 작은 일탈이라고 해봐야 메트로를 타고 다른 동네 도넛 맛집 놀러가기
입주 기념으로 받은 기프트 바우처를 쓰러 동네 Happy goat coffee가기
그 옆 버블티 가게에서 라지 사이즈 흑당 밀크티 사먹기
어떻게든 일을 구해야 하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카페에 들어설 때면 내가 저 자리에서 일을 하게 되면 어떨까 상상했다.
도착 후 두달차. 슬슬 몸이 근질거리며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매일 Glassdoor, Indeed를 눈팅하며 그나마 만만해보이는 로컬 잡을 찾아본다. 물론 지원은 하지 않고 그저 눈팅만.
한인 잡을 구하는 건 최후의 선택지였다.
영어를 배우고 싶었고, 캐나다 문화에서 캐나다 사람들과 일하고 싶었다.
남편은 취업하기 전에 어학원을 한 달동안 다녀보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바로 로컬잡 구직활동을 시작하면 너무 막막할 것 같다고.
생각해보니 맨 땅에 헤딩할 판에 헬멧이라도 쓰고 부딪히는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10대 고등학생들로 북적거리는 어학원 4주 과정에 등록했다.
어학원에 다니며 기억에 남았던 건
내 나이를 듣고 표정이 굳어지던 17살 소녀
점심시간이 되면 라운지에 모여 집에서 싸온 텁텁한 파스타를 포크로 퍼먹는 아이들.
나중에는 너 몇살이야? 워홀 왔어? 여기 얼마나 있을거야?하는 질문이 피곤해졌다.
어학원 수업이 끝나면 Activity라며 주변에 있는 박물관, 카페를 돌아다니며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아이들과 더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내 영어 실력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았다.
나랑 같은 반 아이들은 모국어가 스페인어나 불어인 아이들로
대체로 나와 같은 어린아이 수준의 꾸밈없고 직설적 표현을 할 뿐이었다.
여기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 날 집에 돌아가 Myfirstresume라는 사이트에서 한 장짜리 레쥬메를 만들었다.
로컬 엔트리 잡을 얻기에 적절치 않은 경력(사무직)이었지만
그래도 마케팅, 세일즈 엔트리 포지션에 지원하기 위한 레쥬메를 꾸역꾸역 만들어 인쇄했다.
다음 날 목표는 어학원 수업을 마치고 전날 인쇄한 레쥬메를 집 근처 쇼핑센터에 모두 돌리고 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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